경남 통영경찰서가 일제강점기때인 1933년 당시 청사 건립비용을 낸 기증자의 공적비를 경찰서 내에 세우는 것도 모자라 매년 참배하고 후손에게 감사패까지 전달해 친일파에 대한 찬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영경찰서는 지난 20일 경찰서 건립 기증자인 김덕보씨의 후손을 초청해 보은행사를 가졌다.
통영경찰서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경찰서뿌리찾기의 일환인 후손찾아 보은하기 행사에는 김씨의 증손자인 김모(53세,통영)씨 가족이 경찰서로 초청돼 통영경찰서 청사 뒤편 화단에 있는 김덕보씨의 공적비를 참배하고 증손자 김씨에게 감사패와 선물까지 전달했다.
통영경찰서는 지난 20일 이 행사에 대해 ‘77년만의 아름다운 해우’라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했으며, 몇몇 언론사는 경찰의 보도자료 내용대로 김덕보씨를 칭송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뿌리찾기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청사건립비를 희사한 자료가 있어 후손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하겠다는 취지로 후손초청행사가 진행됐다. 김덕보씨는 경찰서 청사 건립비 뿐만 아니라 아들 김재율씨는 통영중학교 설립에 크게 기여한 덕보학원도 설립하는 등 사회사업에 많은 노력을 한 집안이다 ”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덕보씨가 경찰서 건립비용으로 일화 17만엔(현 시가 30억원 추산)을 기부한 시점이 일제강점기인 1933년으로 민족을 핍박하고 독립운동가를 체포해 고문을 하던 경찰서 건립비용을 희사한 행위는 친일행위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인데 경찰이 그 후손을 초청해 감사패까지 전달하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이며, 경찰의 정체성에 의문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더구나 그런 사람의 공덕비까지 경찰서 청사 내에 세우져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공덕비는 1959년 통영시 태평동 구 경찰서(지금의 데파트) 자리에 처음 건립돼 1982년 6월 무전동 이전시와 2005년 7월 현 죽림 청사로 이전할 때 마다 그대로 옮겨져 왔다.
통영경찰은 매년 공덕비를 참배하고 명절에는 제사도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는 공적비가 있는 사실조차 처음 알았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 송도자 대표는 "경찰은 즉시 사죄하고 공적비를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일제치하 경찰은 일제의 전초기지이자 수탈 기구"라며, "지난해 발간된 친일 인명사전에는 일제에 1만원 이상 기부한 사람은 모두 친일파로 등재돼 있는데 17만엔을 기부했다면 친일파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덕보씨가 경찰서 건립비용으로 17만엔을 기부할 당시 일제 경찰의 강압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지만, 경찰이 나서서 그런 사람의 공덕비를 세우고 후손을 찾아 감사패를 전달하는 일은 경찰 스스로 경찰의 뿌리를 일제시대의 민족을 핍박하는 경찰이라고 자인하는 것으로 자제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 공덕비 문제로 경찰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제시대의 경찰을 지금의 경찰로 보고 그 뿌리를 찾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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