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뉴스 : <기고>통영경찰서 수사지원팀장 문봉렬

<술과 범죄>

가사문학의 대가이신 조선시대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는 술을 권하는 글이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세어가며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덮어 줄 메어 가나/-중략-
풍류를 즐기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선비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작금의 술 문화는 꽃 꺾어 세어가며 먹자는 풍류와는 거리가 멀어진지 오래된 듯 하다.
어느 개그맨이 술은 신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개그소재로 웃기는 것을 봤다.
그 첫 번째가 어디에나 있다.
때로는 소주의 모습으로 또 때론 양주, 와인의 모습으로....
두 번째가 때를 기다린다.
주당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절대로 빛을 볼 수 없는 냉장고 안에서 오로지 가만히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수행하며 때를 기다린다고....
세 번째는 희생한다.
말없이 병을 돌려 따도, 와인처럼 기구를 이용해 우그려뜨려도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희생한다고...
네 번째는 기적을 행한다.
앉은 자를 일어나게 하고, 잘 못 뛰던자를 빨리 뛰게 하고, 평생 기 죽어 살던 자에게 용기를 주어 큰 소리를 내게 하는 기적을.....
다섯 번째는 정결하다.
많이 들어가면 안 좋은 것들을 모두 데리고 나오는 힘이 있다라고....

일응 수긍이 가지만 웃어넘기기엔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과하면 모자람보다 못하는 뜻이다.
위 개그의 소재가 된 술도 과하므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우리나라 소주이고, 술 소비량도 아시아권 1위라는 통계가 있다.
늘 세계 1,2위라고 하면 좋아했으나 이 통계앞에서는 부끄럽다.
인터넷에는 각종 폭탄주의 종류와 제조법까지 검색이 된다.
원자폭탄주, 테러주, 용가리주, 충성주 등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이름들이다.
술은 대인관계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한다.
위 개그처럼 기적(?)을 행하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마신 술로 기적(?)을 행하는 이들이 있다.
그 기적(?)이 바로 범죄다.
음주운전의 예를 들어보자.
술을 마시기 전 온전할 때에는 술 마시면 대리운전 해 간다라고 생각하다가 한 잔 두 잔 마신 술에 이성을 잃고 몸도 가누지 못하며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고 급기야 뺑소니까지 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통영경찰서의 경우 2011년부터 5년간의 음주운전 통계를 보면 4,200여건이나 된다.
1일 평균 2.3건 꼴이다.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폭력사건 등 많은 범죄가 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고 있다.
술이 깨어 정신을 차렸을 때 유치장의 철문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대성통곡을 하는 경우도 봤다.
내가 여기에 왜 있냐고?
우린 ‘술에 취했으니 그럴 수 있다’라는 관대함이 있었다.
이젠 음주범죄에 대해서는 냉철함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 가족, 내 주변의 지인이 그 피해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술=낭만, 풍류라는 등식은 과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다.

통영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장 문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