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뉴스 : <기고>남상규 통영소방서 무전센터장

<우리집에 소방차 한 대 어때요>

지금 온 세상은 봄의 향연이 한창이다.
세상은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화재도 문명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화되고 대형화되어가는 추세이며, 다양한 계절의 모습과 같이 계절별로 종류와 빈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최근의 화재방어의 초점도 인명피해가 많은 대형화재와 특수화재에 맞춰지고, 얼마나 빨리 화재신고를 받고 얼마나 신속하게 출동하여 초기진압을 하느냐의 문제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경남에서 발생한 화재통계를 보면 전체 화재 3,029건 중 주택에서 621건(20.5%)이 발생하였으며, 주택화재 중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 일반주택에서 512건(82.4%)이 발생하였다. 인명피해는 전체화재 사망자 18명 중 주택에서 11명(61.1%)이 발생하였으며, 주택화재 중 일반주택에서 10명(90.9%)의 화재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 통계자료로 볼 때, 일반주택 화재는 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인명피해는 전체 화재의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화재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와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방적 관심이 대형·특수화재에 밀려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노인 홀로 사는 주택이 늘어나면서 주택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소화기와 주택화재경보기(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드디어, 2011년 8월에 소방시설법 제8조에 ‘주택에 설치하는 소방시설’ 규정이 신설되어 2012년 2월 4일 이후 신축 주택부터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고 있고, 기존 건물에 대하여는 2017년 2월 4일까지 모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연기 발생시 경보와 함께 음성메시지로 화재발생을 알려 주고, 소화기는 초기화재를 신속하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소방차를 집안에 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주택화재 인명피해 저감을 위한 외국사례를 보면 미국이 1977년, 영국이 1991년, 일본이 2004년 그리고 프랑스가 2011년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무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주택화재경보기를 설치함에 따라 화재사망자 수가 미국은 34년간 60% 감소, 영국은 22년간 54% 감소 그리고 일본은 9년간 17.5% 감소하여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법 규정 신설 이후 지금까지 소방관서 및 행정기관에서는 자체예산과 저소득층 안전복지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부사업을 활용하여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거주하는 주택과 노인이 홀로 사는 주택 등에 우선적으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여 왔다.
2016년에는 1만여 세대 설치를 위하여 추가 예산 확보, 기증창구 확대 및 민관 안전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 다방면으로 추진전략을 강구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일반주택 화재사망자 30% 저감을 목표로 다양한 매체와 소방관련 교육과정 등을 통한 범국민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방관서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노력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평소 우리를 이롭게 하는 불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소중한 가족과 재산을 빼앗아버린다는 사실과 가까이 있는 소화기 하나가 멀리 있는 소방차 한 대보다 낫다는 인식을 스스로 할 때 비로소 그 결실을 볼 것이다.
오늘도 저만치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