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뉴스 : <기고>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 박병수 교수

<통일안보 현장견학 보고서>

북한의 지뢰도발로 야기된 공포감이 한반도를 엄습하여 온 나라가 긴장감에 휩쓸렸었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북한의 불장난은 중단되었지만, 언제 다시 이런 사태가 재현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된지 70년이 되는 해로써 대한민국 역사 상 의미 깊은 해이다. 한민족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갈라선지 70년으로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단일민족으로 같은 피를 나누고 같은 언어를 쓰고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고 하지만, 언어의 이질감과 역사인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목숨을 걸고 남으로 탈출한 탈북민이 우리 체재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하거나 심지어 다시 북으로 넘어가는 사례는 남북간의 골이 상상이상으로 깊은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분단 70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젊은이들에게 남북의 현실과 통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금년 9월 중순에 통일안보 현장견학을 다녀왔다. 대학생 18명과 민주 평화통일자문회의 관계자 16명으로 구성된 견학단의 일정은 9월 10일 새벽 5시에 시작되었다.
한반도의 남쪽 끝에서 군사분계선에 이르는 장거리여행인지라 일찍 서둘러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발하자마자 학생들은 곤한 잠에 빠져들고 우리를 실은 관광버스는 부지런히 북을 향하여 내달렸다.

도중에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차안에서 통일에 관련된 영상자료를 감상하였다. 내용은 통일대박론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내용이었다. 통일을 하면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위상이 획기적으로 상승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영상 감상 후 민주 평화통일자문회의 협의회장의 주재로 토론이 전개되었다. 의외로 학생들은 통일에 관심이 많았고, 자기의 의견을 조리있게 표현하였다.

장시간 운행 끝에 우리일행은 첫 번째 방문지인 제2땅굴현장으로 이동하였다. 중간키인 나의 머리에 닿을 듯 말듯 한 높이의 인공굴이 3~400m 정도 이어졌다. 막다른 곳에 이르자 그곳 너머 지척의 거리에 북한 땅이 시작된다고한다. 제4땅굴까지 발견되었다는데, 남한을 기습공격하여 적화통일시키겠다는 북한정권의 집념과 야욕이 이토록 강한데, 우리의 대북 경계태세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 북한보다는 우리 정부를 탓하는 무리들도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평화전망대는 모노레일로 연결되어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북녘 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곳이 말로만 듣던 비무장지대, 광활한 평원과 웅장한 산봉우리들이 어우러진 장엄한 광경, 긴장감이 감돌면서 평화롭게 펼쳐진 광경을 보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곳도 우리의 땅, 우리 조상들이 반만년을 이어 살아온 곳, 후고구려의 궁예가 도읍으로 정할만큼 비옥하고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 - 이곳에서 60여년 전 남북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사생결단으로 싸웠다.

전우의 시체를 뛰어넘으며 피를 흘리고 뼈를 깎으며 생사를 넘나들던 곳. 군사분계선 철책이 걸쳐있는 그저 삭막하고 살벌한 땅이라고만 여겼던 땅을 막상 눈앞에 대하니 만감이 교차하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친다. 땅은 단순히 흙으로 이루어진 지구상의 표면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는 우리의 일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이 땅을 지키고 가꾸고 또 빼앗고 뺏기지않으려 그토록 처절하게 싸웠건만. 이 땅에 선을 긋고 나누고 서로의 영역이라고 선포해버린 그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자기 땅이 타의에 의해 잘려지도록 방치하고 항의조차 못한 어리석고 나약했던 자들은 또한 누구인가? 우리의 땅이 군사분계선으로 나뉘어져 제대로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이 비애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통일이 되어 저 철책이 무너지고 북쪽으로의 길이 열리는 날. 나는 그 길을 걸어서 갈 것이다. 내 땅을 밟고 보고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 백두산 천지까지 가련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발바닥이 터져 핏물이 고이더라도 나는 걸어가리. 우리의 땅 우리의 산하를 밟고 들녘의 나무와 바위를 어루만지며 우리의 공기를 마시며.